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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가 - 선수

마드리드와 브라질의 새로운 9번 - 엔드릭

1. 그래서 엔드릭이 누군데?

 

잉글랜드 상대로 웸블리에서 득점을 터뜨린 후 표효하는 엔드릭

 
 
 브라질의 명문 구단 파우메이라스에서 13세의 나이에 U-15팀으로 월반해 171경기 167골이라는 괴물같은 스탯을 찍어낸 2006년생의 어린 스트라이커가 있다. 이런 활약 덕택에 그는 어린 나이부터 수많은 빅클럽과의 이적설을 뿌리고 다녔고, 2022년부터 뉴스는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16세였던 그는 U-20 대회를 휩슬고 다녔고, 브라질 1부 리그인 세리 A에도 데뷔하게 된다. 그는 자신에 대한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듯, 7경기 3선발 3골 1도움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경이로운 스탯을 기록했다. 그리고 마침내, 선수는 2022년 12월 15일, 옵션과 세금 포함  7200만 유로의 이적료로 레알 마드리드 합류를 확정짓는다. ( 나이 관련 피파 규정때문에 2024년 7월 합류 예정 ) 이 선수의 이름은 바로 엔드릭 펠리피( Endrick Felipe Moreira de Souza )이다.

(실제 발음은 엥드리키에 가까우나 이 글에선 편의상 엔드릭으로 칭하겠다.)

 

2. 그럼 엔드릭은 어떤 선수인가?

 

2-1. 레알 마드리드 - 왜 엔드릭이어야만 했는가

 

카림 벤제마 - 엔드릭이 가장 닮아야 할 선수

 
 
  그렇다면, 레알 마드리드가 이 선수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영입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레알 마드리드에 필요한 공격수 유형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포처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홀로 공격 상황을 이끌어갈 수 있고, 볼 소유와 연계가 가능한 자원이 필요하다. 이 설명만 보면 생각나는 인물은 바로 카림 벤제마이다.

벤제마의 이탈 이후, 주드 벨링엄이 벤제마가 해주던 역할을 비니시우스나 호드리구와 일부 분담해서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벨링엄을 펄스 나인으로 기용하는 전술은 그가 가진 능력을 100% 끌어낼 수 없다는 한계점을 갖는다. 그렇기에 레알 마드리드는 스트라이커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며, 이런 프로필에 부합하는 자원이 바로 엔드릭이다.
 
 

2-2. 엔드릭의 장점들은?

 
 엔드릭의 특장점으론 우선 온더볼을 뽑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브라질 세리A 레벨에서 수비수 두세명이 붙는 상황에서도 작은 키의 근육질 몸에서 나오는 밸런스를 활용하여 공을 지켜내거나, 파울을 얻어낼 수 있을 정도의 발밑 기술을 보유중이다. 볼을 받고 공격을 풀어가는 움직임은 벤제마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후방 지역에서부터 볼을 잡고, 본인이 직접 우측면 부근에서 중앙으로 볼을 끌고 올라가는 것을 선호한다.
 

VS 상 파울루, 드리블로 수비수를 제치는 엔드릭

 
 
 앞서 말한 피지컬과 발밑을 활용한 유려한 드리블로 수비수 두세명은 가볍게 제치고 올라가기 때문에 파이널 서드 지역 근처까지 접근한 엔드릭은 상대 수비수에겐 매우 위협적이다. 지상 경합을 시도하기엔 피지컬이 단단하고, 앞에서 막기엔 빠른 속도를 활용한 드리블이 위협적이기에 수비수는 엔드릭에게 위험한 지역에서 파울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엔드릭이 지난 2023시즌 리그에서 90분당 1.96회의 드리블을 성공시켰고, 2.48회의 파울을 얻어냈다는 지표에서도 이런 요소들이 드러난다.
 

보가 주니어스전, 마르코스 로호의 태클을 피하는 엔드릭

 
 
 이런 소유 능력을 바탕으로 한 연계에도 좋은 모습을 보인다. 측면 지역에서 볼을 받거나, 중앙이 아닌 측면쪽으로 볼을 갖고 올라갔을 때, 수비수들이 붙으면 동료 선수들이 접근할 때까지 피지컬로 버텨내고 연결해주는 플레이에도 능숙한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파우메이라스에서는 엔드릭이 연결해준 볼을 하파엘 베이가같은 2선 자원이 받아서, 박스 안으로 진입하는 플레이가 자주 보였다.
 

영혼의 콤비 - '왕자' 하파엘 베이가와 '소년' 엔드릭

 
 
 엔드릭이 곧 합류할 레알 마드리드의 2선, 3선 자원들은 하나같이 하프스페이스에서 파이널 서드로 침투하는 움직임에 능한 모습을 보이기에 이러한 장점은 마드리드에서 더욱 빛날 것이다. 측면 지역에서의 연계 뿐만 아니라, 중앙 지역에서 보이는 볼을 받은 후 원터치로 내주고 올라가는 패스 앤 무브에 대한 이해 역시 훌륭하다.

이런 요소들이 엔드릭이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하는 경기에서도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는 주된 이유이다. 이런 점은 특히 보카 주니어스와의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4강전에서 빛났고, 팀은 패배했지만 이 경기는 엔드릭의 입지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엔드릭은 스트라이커이다. 앞선 장점들 모두를 발휘해도 골을 넣지 못한다면 그 장점들이 갖는 의미는 크게 퇴색된다. 엔드릭은 다행히도 날카로운 왼발 슈팅력을 보유중이다. 2023시즌 세리A에서 기록한 11골중 3골이 박스 밖에서 기록한 왼발 득점이며, 3골은 왼발 무각 위치에서 깔끔하게 마무리한 득점이다. 앞서 언급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수비수들이 몸싸움을 걸며 견제하는 상황에서도 강력하고 정확한 왼발 슈팅을 보여준다.
 

보타포구전 엔드릭이 보여준 득점. 저 위치에서 서서 때린 공이 니어포스트 하단에 빠르게 꽂힌다

 
 
 밸런스가 뛰어나기에, 똑바로 서있는 상태 혹은 디딤발을 제대로 밟지 못한 상태에서도 매우 정확한 슈팅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을 당시 리그 우승 경쟁팀이었던 보타포구를 상대로 보여준 점은 고무적이다.  골을 넣기 쉬운 위치를 찾아 들어가는 위치 선정 역시 훌륭한데, 세트피스 상황 혹은 박스 안 혼란 상황에서 적절한 위치에 들어가 다이빙 헤더를 하거나, 탭인으로 득점을 잘 만들어낸다. 
 
 온더볼에 집중하여 쓴 경향이 있지만, 온더볼이 빛나기 위해 동반되어야 할 요소인 오프더볼 역시 수준급이다. 동료들이 패스를 주기 쉬운 위치로 움직이며, 오프사이드 라인을 허무는 침투 움직임 역시 수준급이다. 이러한 침투 움직임 이후 간결한 왼발 슈팅을 보여주는 것은 엔드릭의 특기중 하나이다.
 

스페인 상대로 득점을 터트리는 엔드릭

 
 
 이 선수가 레알 마드리드에 적합한 가장 큰 이유는 큰 경기에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장점들을 활용해 잉글랜드, 스페인 등의 전통 강호를 상대로 한 원정 경기에서 중요한 골들을 넣기도 했고,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4강전에서 빛나기도 했다. 리그 우승 경쟁의 분수령이었던 보타포구전에서, 3:0으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멀티골을 터트리며 팀의 4:3 역전을 이끄는 활약 역시 이에 대한 반증이라 할 수 있다.
 
 

2-3. 엔드릭의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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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이 선수에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위에 언급한 온더볼 후의 연계 플레이는 장점이면서 단점이다. 침투하는 선수를 발견하는 시야나 전술적 움직임의 수행 능력은 뛰어나지만, 그 후에 내주는 패스가 상당히 투박하다.

중앙 지역에서 내주는 플레이를 할 때도 이런 요소들은 비슷하게 적용되며, 투박한 볼 터치나 미숙한 처리는 팀 동료에게 볼을 받기 위험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러한 플레이가 드리블에 영향을 끼치진 않기도 하며, 엔드릭의 어린 나이를 감안하면 차후 보완될 가능성이 높은 요소라는 것이다.
 
 또 다른 단점으론 기복있는 득점력을 뽑을 수 있다. 데뷔 시즌인 2022시즌 이후, 엔드릭은 2023시즌 초반부에 한두골을 넣고 나서 팀에서 완전히 입지를 잃었었다.  실제로 2023년 6월 말부터 10월 즈음까지 부진한 활약을 보이며 득점에도 어려움을 겪었고, 이 당시 팀 감독이나 언론에게 비판받기도 했다.

이런 단점이에도 불구하고 엔드릭이 기대되는 점은, 부진하던 가운데 10월 초 레드불 브라간치누를 상대로 무득점 행진을 끊어낸 후,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4강전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며 자신의 안좋은 흐름을 스스로 끊어냈다는 것이다.
 

 3. 엔드릭의 전망

 

비니시우스와 엔드릭

 
 
 레알 마드리드에 24/25시즌부터 합류하게 되는 엔드릭의 전망은 어떨까? 우선, 엔드릭이 합류해도 벨링엄이 존재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포메이션은 4-3-1-2일 확률이 높다. 킬리안 음바페의 합류가 거의 확실시되는 현 상황에선, 비니시우스와 호드리구를 모두 기용하기 위해 4-3-3 포메이션을 가용할 확률도 있다.

포메이션과 별개로, 기존의 에이스인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새로 합류할 스타인 킬리안 음바페는 주축으로 기용될 확률이 높다. 호드리구의 입지는 이들과 비슷하게 1.3~5군 정도로 기용될 것이니, 그 뒤의 입지를 차지하는 브라힘 디아스와 완전영입될 확률이 높은 호셀루와 출전 시간 경쟁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
 
 4-3-1-2의 우측면 포워드에 기용되거나, 4-3-3 포메이션의 우측 윙어 혹은 중앙 공격수로 기용될 전망이 높다. 실제로, 엔드릭은 스트라이커로 기용될 때에도 우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자주 보이기 때문에, 우측 역발 윙어로 기용해도 문제 없을 것이다. 
 
 엔드릭이 주전 경쟁 끝엔 결국 레알 마드리드에서 큰 축을 차지하게 될 확률이 높은 이유는 엔드릭의 우측면 선호에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주된 공격 루트는 항상 좌측면이다.

비니시우스와 호드리구, 심지어 영입될 확률이 높은 음바페까지도 좌측면을 선호하며, 이들에게 공격 루트 혹은 상대 수비의 시선이 몰린다. 그래서, 우측면 공격을 페데리코 발베르데와 다니 카르바할만이 풀어나가야 하는 부담이 존재한다. 엔드릭의 우측면 지향적인 움직임과 앞서 언급된 장점들은 레알 마드리드의 다소 닫혀있는 우측면 공격의 해답이 되어줄 확률이 높다.
 
 

4. 브라질과 레알 마드리드의 새로운 보석은...

 

호나우두와 아드리아누

 
 2006년생, 17세라는 어린 나이에 브라질의 새로운 스타가 된 엔드릭. 현지에서 엔드릭은 아드리아누와 호나우두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받는다. 실제로 2010년대에 들어 걸출한 스트라이커의 계보가 끊겨버린 브라질에게 엔드릭은 한줄기 빛이 되어주고 있다. 2010년대의 브라질을 빛낼 재능으로 꼽혔던 가브리엘 제주스는 부상 문제로, 가비골은 멘탈과 향수병, 그리고 도핑 문제로 브라질 국민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엔드릭이 이들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본인이 인터뷰 석상에서 자주 언급하듯, 사치와 향락보단 성경 공부나 축구에만 관심을 갖는 프로페셔널한 멘탈을 갖고 있고, 장기부상으로 고생하는 모습 역시 아직은 보여주지 않았기에 더 기대되는 선수이다. 부디 그가 아드리아누에서 끊긴 브라질의 스트라이커 계보와, 카림 벤제마의 뒤를 이을 레알 마드리드의 걸출한 9번이 되어주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다.